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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환율 동향
지난주 외환시장은 달러의 거침없는 상승과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가 두드러진 모습이었어요.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500원 선을 가볍게 넘어선 달러/원 환율은 주말 직전인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539.1원으로 장을 마쳤고,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는 무려 1,561.50원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고점인 1,597.00원을 코앞에 두고, 외환위기 시절 이후 구경해보지 못한 1,600원 선까지 위협하는 역사적인 수준이에요. 지난주에 왜 이렇게 환율이 폭등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4가지 원인을 짚어볼게요.
거침없는 달러의 질주와 주요 통화들의 움직임
지난주에는 비단 원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통화들이 달러 앞에서 일제히 약세를 보였어요. 달러인덱스(DXY)는 한 주 만에 1.15%나 급등하며 100.076으로 마감했습니다. 달러인덱스가 100 선을 뚫은 것은 지난 4월 미국과 이란의 전격 휴전 합의 직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에요.
다른 나라 통화들을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해요. 일본 엔화는 달러당 160.330엔까지 밀리며 4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는 위험 수위를 완전히 넘어선 레벨이에요. 유럽의 유로화 역시 달러 대비 1.17% 하락하며 1.16달러 선이 무너진 1.15235달러로 주말 거래를 마쳤습니다. 최근 5년간의 환율 차트를 보면, 마치 미국의 S&P 500 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단단한 상승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수출 호조의 역설, 돈이 묶여버린 외환시장
여기서 아주 신기하고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해요. 우리나라는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3.2%나 급증한 87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어요. 일등 공신은 전체 수출의 42%를 견인한 반도체였고, 덕분에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벌써 1,0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수출이 이렇게 대박이 나서 시중에 달러가 넘쳐나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은 내려가는것이 일반적인데요.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자 수출호조로 인한 달러/원 상승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해외투자에 사용해야 하는 달러도 있고, 달러/원 환율이 앞으로 더 상승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요.
외국인 주식 매도 폭탄
기업들이 달러 공급을 막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외환시장에 달러 수요 폭탄을 던졌어요. 외국인들은 지난달 7일부터 무려 20거래일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며 원화 자산을 달러로 바꿔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누적 매도 금액만 무려 77조 7,000억 원에 달해요.
특히 지난 한 주 동안의 이탈세는 경이적인 수준이었는데요. 아시아 전체에서 빠져나간 기관 주식 자금 167억 달러 중 무려 72%인 120억 달러가 오직 한국 시장 한 곳에서만 빠져나갔습니다. 이러한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세는 달러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환율이 상방으로 강하게 튀어 오르게 된 원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의 강건한 고용 지표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5월 고용보고서였습니다. 미국의 비농업 고용자 수가 시장 예상치(+8만 5천 명)를 무려 두 배 이상 웃돈 17만 2천 명 증가로 발표된 것이죠.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이 이렇게나 튼튼하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긴축을 더 오래 유지하거나 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은 당연히 이자를 많이 주는 미국 달러로 몰리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전 100일을 맞이한 미국과 이란의 전쟁 리스크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요. 휴전 협정이 체결되는가 싶다가도 헤즈볼라 등 주변 세력이 끼어들며 엎어지는 노이즈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국제 유가가 높은 레벨을 유지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역시 믿을 건 안전자산인 달러뿐이라며 위험자산인 원화를 기피하는 심리를 굳히게 되었습니다.
이번주 환율 시장 전망
이번 주 서울 외환시장은 지난주의 상승 모멘텀을 이어받아 추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과,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변동성 장세가 될 것으로 보여요.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도 트럼프의 종전 협상 타결이나 정부 개입을 기대하는 1,490원대 시각부터, 외국인 매도세를 기반으로 한 1,550원 돌파 시각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물가 지표 발표 예정
이번 주 환율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첫 번째 열쇠는 현지시간 10일 밤에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3년 만에 처음으로 4.2%까지 치솟으며 4%대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2.9%로 상승 폭을 키울 전망입니다.
뒤이어 11일 밤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8% 상승할 것으로 보여요. 지난주 깜짝 고용 지표에 이어 이번 주 물가 지표까지 높게 나온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달러인덱스는 100 선 위로 날개를 달고 환율은 1,550원을 넘어 앞서 말씀드린 금융위기 고점(1,597원)을 향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예상
11일 밤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도 예정되어 있어요. 유로존 물가가 3%대를 웃돌면서 현재 2.15%인 기준금리를 2.4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유로화가 강해지기는 어려워 보여요. 왜냐하면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충격을 정통으로 맞은 유로존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0.2%)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데 물가 때문에 억지로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라, 시장은 ECB가 과거 2008년과 2011년에 경기 침체 속에서 금리를 올렸다가 몇 달 만에 황급히 내렸던 긴축 실패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로화 강세를 통한 달러화 약세 유도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외환당국의 실개입 카드
환율의 폭주를 막을 브레이크는 정부의 강력한 실개입 카드가 꼽혀요. 현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기업 실적과 코스피는 좋은데 환율만 1,550원대인 것은 낯선 과제라며 파격적 대응을 암시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번 주 연이은 회의에서 메시지를 낼 예정이에요.
당국이 금융위기 고점인 1,597원 돌파를 무기력하게 용인할 리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말로만 경고하는 구두 개입은 이미 시장에서 약발이 다했기 때문에, 최근 일본 당국이 했던 것처럼 정부가 외환시장에 수조 원의 달러를 직접 매도해 환율을 끌어내리는 대규모 실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언제든 단행될 수 있어요. 이 개입 경계감이 환율의 상단을 누르는 강한 방어벽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자신감을 비친 점도 변수예요. 만약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극적인 휴전 소식이 들려온다면 위험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며 환율이 하루 만에 30원 이상 급락할 수 있는 강력한 하방 재료가 됩니다.
이번 주 주요 경제 지표 일정
- 6월 10일(수) :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가장 중요)
- 6월 11일(목) :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 결정,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한국 5월 실업률 발표
이번 주 외환시장은 중동의 극적인 평화 소식이나 정부의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이 나오지 않는 한, 미국의 물가 불안감과 외국인의 주식 매도 기조로 인해 1,520원에서 1,550원 사이의 높은 레벨에서 상방 압력을 거세게 받을 것으로 전망되나, 외환당국의 실개입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