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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환율 동향
1,500원 돌파와 당국의 경계감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규장 기준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는 불안한 한 주를 보냈어요. 환율이 1,500원을 뚫고 올라가려 할 때마다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1,480원대로 끌어내렸지만, 이내 다시 1,490원대로 튀어 오르는 등 변동성이 무척 컸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원화는 이렇게 약세를 보였는데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힘을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는 오히려 1%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이에요.
-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반격: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잉글랜드은행(BOE)이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며 경고했고, 시장은 이르면 4월에 이들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죠. 이에 따라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가 껑충 뛰면서 상대적으로 달러의 힘을 뺐습니다.
- 엔화(USD/JPY)의 강세 전환: 4주 연속 약세를 보이던 엔화도 159엔대 초반으로 소폭 강세를 보였어요. 일본은행(BOJ) 우에다 총재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단호하게 밝힌 데다, 160엔 선에서 일본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팽팽한 경계감이 시장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달러/원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달러/원 환율이 유독 높이 치솟은 데에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세 가지 큰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에요.
- 고유가의 장기화와 무역수지 타격: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고유가 상황이 굳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 원유를 전량 수입해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국제 유가가 연평균 10달러 오를 때, 수출도 늘지만 수입액이 훨씬 크게 늘어 무역수지가 약 200억 달러나 줄어들어요. 작년 연평균 유가가 65달러였는데 올해 100달러가 유지된다면, 산술적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무려 680억 달러나 증발할 수 있습니다. 수출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훨씬 많아지니, 시장에 달러가 귀해져 달러/원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미국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되었지만, 속내는 달랐어요.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높여 잡았어요. 특히 파월 의장과 월러 이사는 고유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해질 수 있어 오히려 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겼죠. 미국 금리가 높게 유지되거나 더 오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자를 많이 주는 미국 은행과 국채로 자금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커요. 당연히 달러의 인기가 치솟게 되죠.
-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 지난주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려 3조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어요. 이들이 주식을 팔고 받은 원화를 본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달러로 환전해 나가면서, 시장 내 달러 수요를 부추겨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번주 환율 시장 전망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1,480원대에서 1,520원대라는 굉장히 넓은 범위 안에서 오르내릴 전망이에요. 1,500원이라는 큰 장벽을 한 번 넘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중동 전쟁의 전황을 알리는 뉴스 헤드라인 하나하나에 환율이 수십 원씩 출렁이는 장세가 펼쳐질 거예요.
이번 주 환율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
- 트럼프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 현재 외환시장의 모든 눈은 화요일(24일) 오전 8시 44분(한국시간)에 맞춰져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주요 에너지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데드라인입니다. 만약 미군의 지상군이 투입되거나 시설 타격이 현실화되면 전면전 우려로 유가는 폭등하고, 환율은 1,510원 너머로 치솟을 수 있어요. 반대로 미국의 국내 휘발유 가격 폭등 부담으로 인해 군사 작전을 축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환율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 WGBI 편입: 환율이 끝없이 오르는 것을 막아줄 희망적인 요인도 있어요. 이달 말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됩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 지수를 따라 한국 국채를 사기 위해 달러를 들고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미 외국인들이 장기 국채를 수천억 원씩 사들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국내로 달러가 공급되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속도를 늦춰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 우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통화(한국 원화, 태국 바트화, 필리핀 페소화)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어요. 특히 고유가가 결국 식품 물가까지 끌어올리는 2차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 큰 부담이 되어 당분간 원화 가치가 눈에 띄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주요 경제지표 발표 일정
이번 주는 지표보다 전쟁 뉴스가 더 중요하지만, 놓쳐선 안 될 지표들도 대기 중입니다.
- 미국, 유로존, 영국 3월 PMI 예비치 (24일):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충격이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을 얼마나 위축시켰는지 보여주는 첫 성적표입니다. 특히 유럽의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가 다시 강해질 수 있어요.
- 일본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춘투 결과 (23~24일): 일본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노조의 임금 인상률(춘투)이 얼마나 높은지가 발표돼요. 두 수치 모두 높게 나온다면, 일본 중앙은행이 4월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명분이 강해져 엔화 강세를 이끌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주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입니다. 화요일 아침 미국의 군사적 결단 여부와 유가의 움직임이 환율의 1,500원대 안착 여부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